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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중고차

전시차량, 시승차량도 인증중고차로 나오는가?

소비자는 ‘인증중고차’라는 명칭을 듣는 순간, 차량의 사용 이력이 제한적이며 철저한 품질 점검을 통과한 안전한 차량이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증중고차 중 일부는 소비자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중고차’가 아닌 전시차량 또는 시승차량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차량들은 통상적으로 공식 딜러사의 쇼룸, 전시장 또는 고객 시승 행사 등에서 사용된 차량으로, 일반적인 소유 및 운행 이력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고지 없이 인증중고차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한 판단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본 글에서는 전시 및 시승 차량이 인증중고차로 전환되는 과정, 그 내부 처리 기준, 소비자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자 합니다.

 

인증중고차 전시차량

 

1. 전시차량과 시승차량의 정의 및 특성

전시차량은 신차가 전시장 또는 전시 이벤트 현장에 전시용으로 배치된 차량을 의미합니다. 이 차량은 실내외 전시, 박람회, 모터쇼, 판매 매장 쇼룸 등에서 활용되며, 일반 도로 주행을 하지 않고 외관 중심의 관람 목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시승차량은 제조사 또는 공식 딜러가 소비자에게 단기 또는 장기 시승용으로 제공한 차량을 말합니다. 고객이 실제로 주행 테스트를 하는 목적의 차량이며, 시승 기간 동안 다수의 운전자가 운행합니다. 차량에 따라서는 스포츠 주행, 고속주행, 급제동 테스트 등 과격한 운전 조건이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 두 유형의 차량은 일반 중고차와 달리 명확한 ‘1인 소유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관리 주체가 제조사 또는 딜러사라는 점에서 차량 관리 방식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특히 시승차량은 짧은 시간 내에 반복적인 시동, 가감속, 시내·고속 혼합 주행 등 일반 차량보다 기계적 부하가 높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2. 인증중고차로 전환되는 과정

제조사 또는 공식 딜러사는 일정 기간 사용한 전시 또는 시승차량을 내부 기준에 따라 정리하게 되며, 이때 차량은 신차로 재판매가 불가하므로 대부분 인증중고차 또는 직영 중고차 매물로 등록됩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됩니다.

  • 내부 운용 종료 승인 : 일정 기간(보통 3개월~1년) 운용된 차량은 정리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 내부 정비 및 점검 실시 : 외관 도장 상태, 주행 거리, 주요 부품 상태 등을 점검하고, 필요 시 부품 교체 또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이루어집니다.
  • 인증 적합성 심사 : 해당 차량이 인증중고차 등록 요건(연식, 주행거리, 사고 이력 없음 등)을 충족하는 경우, 인증 대상 차량으로 전환됩니다.
  • 온라인 인증중고차 등록 : 브랜드별 인증 플랫폼에 차량이 등록되며, 대부분 시승차량 또는 전시차량이라는 표기는 제외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시/시승 차량 여부가 별도 고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인증중고차 플랫폼에서는 “무사고”, “정품 부품 유지”, “보증 가능” 등의 문구는 명시되지만, 해당 차량이 일반 고객 소유 차량이었는지, 아니면 전시/시승 차량이었는지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3. 브랜드별 내부 처리 기준 차이

브랜드별로 전시차량 및 시승차량을 인증중고차로 전환하는 기준은 상이합니다.

 

현대/기아 자동차

  • 시승차량은 일정 기간(통상 3~6개월) 또는 일정 주행거리(10,000km 이내) 초과 시 인증중고차로 전환됩니다.
  • 전시차량은 도장 상태가 양호하며, 전기 시스템 이상이 없을 경우 인증 대상이 됩니다.
  • 내부 시스템상 전시·시승 이력이 남아있으나, 소비자에게 고지되지는 않습니다.

BMW

  • BMW는 Premium Selection 인증중고차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시승차량은 “BMW 데모카”로 분류되어 별도 가격정책이 적용됩니다.
  • 그러나 데모카 여부는 상담 시 고지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내부 시스템에서만 구분됩니다.
  • 일부 차량은 인증중고차가 아닌 “직영 보유차량”으로만 취급되기도 합니다.

Mercedes-Benz

  • 벤츠 인증중고차는 보증 기간 및 등급이 정밀하게 분류되며, 시승차량은 내부 평가에 따라 “A등급 인증중고차”로 등록됩니다.
  • 그러나 매물 등록 시 해당 정보는 노출되지 않으며, 실제로는 일반 소비자 매물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이처럼 브랜드 간 처리 방식과 소비자 고지 방식은 매우 상이하며, 투명성의 수준도 균일하지 않습니다.

 

4. 소비자에게 고지되지 않는 이유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전시 또는 시승 이력이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존재합니다.

  • 인증 시스템 내 분류 기준의 비공개성: 대부분의 제조사는 인증 심사 기준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조건으로 시승차량이 인증중고차로 분류되는지 소비자가 알 수 없습니다.
  • 가격 경쟁력 유지 목적: 시승차량임이 공개될 경우 소비자는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추가 할인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딜러사에서는 이를 고지하지 않는 전략을 택합니다.
  • 법적 고지 의무 미비: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시승차량 또는 전시차량 여부를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이로 인해 딜러는 해당 정보를 누락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인증중고차라는 명칭을 보고 신차에 준하는 품질을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명이 운전한 시승차량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5.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소비자가 전시 또는 시승 이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간접적인 추정 또는 정보 요청은 가능합니다.

  • 초기 등록자 정보 확인: 자동차등록원부 상 첫 등록자가 “OO모터스”, “OO오토”, “딜러사 법인명” 등으로 기재된 경우 시승차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카히스토리 보험 이력 확인: 보험 이력이 전무하면서도 단기 등록, 짧은 주행거리만 존재한다면 전시장용 차량일 가능성이 큽니다.
  • 서비스센터 정비 이력 요청: 공식 서비스센터에 입고 기록이 거의 없고, 주행거리 대비 과거 점검 이력이 불균형적일 경우 내부 운용 차량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딜러에게 직접 질문: 시승차량 여부를 묻는 질문을 통해 애매하게 답변하는 경우, 내부 정보이지만 소비자 보호를 위해 요구할 권리는 충분히 존재합니다.
  • Mercedes-Benz 인증중고차의 경우에는 자동차 등록증에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로 BMW 인증중고차의 경우에는 비엠더블유파이낸셜이라고 자사 금융사 이름으로 등록되어 적혀 있는 차량은 전시차량 또는 시승차량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완전한 확인은 어렵지만, 일정 부분 차량의 전력을 파악하는 실질적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전시차량과 시승차량은 명백히 일반 고객 차량과 다른 사용 이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인증중고차로 판매될 수 있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드시 인지해야 할 중요한 정보입니다. 인증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품질과 신뢰를 기반으로 설계된 제도이지만, 그 안에 전시/시승차량이라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고지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이 요구됩니다.

소비자는 인증이라는 단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차량 이력 조회, 초기 등록 정보 확인, 딜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스스로 판단 기준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증중고차는 분명 일반 중고차보다 높은 품질을 제공하지만, 그 안에도 다양한 등급과 출처의 차량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